경제따라잡기/경기흐름

주택투기억제제도, 오른 지역만 세분화 규제해야

또리최 2006. 8. 2. 08:31
주택투기억제제도, 오른 지역만 세분화 규제해야
투기억제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신고제, 실거래가신고제 등 투기관련 제도들이 부동산시장의 상황에 따라 하나씩 시행되다 보니 규제 내용이 서로 중복되거나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경우가 있다.

또 일부 투기억제제도는 시ㆍ군ㆍ구 단위로 지정됨에 따라 여기에 속해 있는 동은 투기염려가 크지 않아도 덩달아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 불합리한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투기관련 제도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혼란을 겪는 수요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현재 투기억제제도 중 내용이 중복돼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며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실거래가 신고ㆍ주택거래 신고제 혼동= 주택거래를 주로 하는 중개업소에서는 요즘 주택거래 신고제와 실거래가 신고제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곤 한다.

그만큼 두 제도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의미다.

2004년 도입된 주택거래 신고제는 투기우려 지역에서 주택을 거래할 때 지방자치단체에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올해 전면 시행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 이와 비슷하게 부동산거래 때 지자체에 실거래가를 신고하는 내용이다.

주택거래 신고지역은 현재 서울 강남ㆍ송파ㆍ강동ㆍ분당 등을 비롯해 전국 22곳에 지정돼 있고 실거래가 신고제는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나마 올 6월부터 주택거래 신고지역에서는 주택취득자금의 조달계획과 입주계획을 신고토록 하면서 조금이나마 차별성이 생겼다.

그러나 주택거래 신고제의 본래 취지가 실거래가 신고와 이를 기준으로 한 취득ㆍ등록세 부과였으며 이것이 실거래가 신고제 시행으로 무색해진 만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주택거래 신고제에서 남아 있는 기능이래야 주택취득자금 신고 등이 전부인 만큼 소비자들이 혼동되지 않게 이름을 바꾸든지 아니면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본래 취지 퇴색한 투기지역 지정= 집값과 땅값이 급등한 지역에 지정되는 투기지역은 본래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양도세를 시세보다 낮은 기준시가를 바탕으로 부과할 때 효과를 낼 수 있던 제도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모든 주택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양도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됨에 따라 투기지역의 본래 목적은 무색해지게 됐다.

투기지역이 차별화될 수 있는 것은 대출 규제다.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제한된다.

즉 담보대출을 주택가격의 40% 이내에서 받고 연간원리금상환액과 이자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대출규제만이 차별화되는 요소라면 이에 맞게 투기지역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규제대상 지정범위 둘러싼 논란= 투기억제제도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 중 하나는 지정범위 문제다.

주택거래 신고제는 동 단위로 지정되기도 하지만 투기지역은 이보다 넓은 시ㆍ군ㆍ구 단위로 지정된다.

특정 동네의 집값 등이 별로 오르지 않아도 다른 동네 주택가격이 급등해 시ㆍ군ㆍ구 전체가 지정되면 덩달아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은 투기지역 등에 대해 대출규제 등이 강화되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집값이 급등하던 때에는 집값의 파급효과가 주변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광역적으로 투기지역 등을 지정할 필요가 있었다"며 "지금은 집값 파급효과가 줄어든 만큼 동 단위까지 지정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동 단위로 투기지역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공신력있는 집값 통계를 동 단위까지 만들어내야 한다"며 "하지만 이러기에는 주택거래량이 너무 적고 통계를 만드는 데 비용도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해제되기가 쉽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후 해제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해제요건도 명확하게 해 투기요소가 사라졌다면 투기지역에서 풀어주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선덕 소장은 "현재 운영되는 투기억제제도들은 집값 급등기에 나온 것"이라며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집값도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투기억제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연말까지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규제완화 측면에서 검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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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2 07:06:0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