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투기억제제도 억울한 피해 많다
주택투기억제제도 억울한 피해 많다 | |
서울 중구 중림동 A아파트 44평형에
살고 있는 김 모씨(59)는 창업용으로 담보대출 3억8000만여 원을 신청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크게 당황했다.
김씨 집은 6억4000만원이나 나가는데 대출 가능금액은 시세 대비 40%인 2억5600만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씨가 생각보다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이 턱없이 적었던 것은 중구가 지난 4월 투기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 보통 6억원 이상인 주택은 60%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40%까지만 대출이 허용되도록 담보대출비율(LTV)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는 중림동이 투기지역이라는 데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아파트도 별로 없는 데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아 투기를 꿈꾸기 어려운 동네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가 거주하는 집은 올 상반기 2000만원(3.2%)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집계에서도 중림동 아파트 시세는 투기지역 지정 직전 3개월 동안 1.83%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은 4.66%였다. 전국 평균보다도 덜 올랐는데 투기지역이 된 것. 이런 현상은 동 단위가 아니라 시ㆍ군ㆍ구 단위로 투기지역이 지정돼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중림동 집값은 많이 오르지 않았지만 중구 다른 지역이 오르다 보니 중구 전체가 지정된 것이다. 투기지역 지정 후 중림동에서는 아파트 거래가 크게 줄었고 신규아파트 입주마저 저조하다. 중림동에서 지난 3월부터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B주상복합은 30∼40%가 빈집으로 남아 있다. 이런 사례는 다른 곳에도 있다. 지난 6월 광진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여기에 포함된 자양동은 지난 3월부터 시세 변화가 크지 않았다. 공항동도 지난 4월 강서구가 투지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규제를 받고 있지만 올 들어 시세 변화는 거의 없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동 단위로 지정하는 게 피해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옳다"며 "하지만 동 단위로 지정하려면 동별로 공신력 있는 집값 통계를 내야 하는데 거래량이 적고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투기억제제도들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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